1. 계약직으로 일하면서 느낀 현실적인 한계
처음 산림조합에서 계약직으로 근무하게 되었을 때, 나는 비교적 긍정적인 마음가짐을 가지고 있었다. 지역 정착이라는 개인적 목표와, 안정적인 수입, 산림사업에 대한 현장 감각을 키우는 데 더할 나위 없이 좋은 기회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실제로 현장 업무, 조림·숲가꾸기·재선충·산림토목 등 다양한 실무를 경험하며, 법인에서는 접하지 못했던 행정 서류, 민원 대응, 지자체와의 협의 같은 폭넓은 실무 능력을 쌓을 수 있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계약직이라는 신분 자체에서 오는 불안정성은 현실적인 고민으로 다가왔다. 아무리 실적을 잘 내고, 성실히 일해도 계약 기간이 종료되면 재계약 여부를 기다려야 하고, 정규직과는 확연히 다른 처우와 복지의 차이를 매번 체감하게 된다. 동료 정규직과 유사한 업무량과 책임을 지면서도 급여나 안정성에서 큰 차이가 있는 현실은 결코 간과할 수 없는 문제였다. 그때부터 나는 단순히 '당장의 경험'이 아니라, 장기적인 커리어를 위한 방향 설정이 필요하다는 것을 절실히 느끼게 되었다.
2. 실무능력만으로는 극복되지 않는 구조적 한계
산림조합은 실무 중심의 조직이고, 계약직도 현장에서는 큰 차이 없이 핵심 인력으로 활용되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아무리 많은 경험을 해도, 제도적 구조 안에서는 계약직은 계약직일 뿐이라는 장벽이 분명히 존재한다. 특히 예산 편성 구조나 중앙회-지역조합 간 내부 규정, 임용 절차의 폐쇄성 등은 계약직이 자력으로 커리어를 발전시키는 데 있어 명백한 한계를 만든다. 어떤 시점에는 스스로의 역량보다는 조직 내부 사정이나 외부 예산에 따라 일자리가 흔들릴 수 있다는 사실이 무력감을 안겨주기도 했다. 나처럼 산림분야 경력이 쌓이고, 업무 역량도 축적되었지만 여전히 '계약직'이라는 단어 앞에서 머뭇거리게 되는 이들이 많을 것이다. 특히 산림 관련 조직에서는 신규 인력을 채용하는 정규직 공고 자체가 드물고, 내부 인사 중심의 흐름이 강하다. 그렇기 때문에 나는 현실을 받아들이고, 보다 안정적이고 발전 가능한 구조 안으로 들어가기 위한 선택을 고민하게 되었다. 그렇게 해서 자연스럽게 산림조합 정규직 시험에 도전해 보기로 결심하게 된 것이다.
3. 정규직 전환이 아닌, 시험을 선택한 이유
정규직 전환을 기대하며 일하는 경우도 많지만, 산림조합에서는 계약직의 정규직 전환이 매우 드물다. 대체로 정규직은 별도의 공채 절차를 통해 선발되며, 기존 계약직 근무 여부가 크게 반영되지 않는 경우도 허다하다. 정규직 전환보다는 차라리 공개채용 시험을 준비하는 것이 현실적 대안이 된 셈이다. 나는 단순히 "재계약이 되겠지" 하는 마음보다는, 좀 더 주도적으로 내 커리어를 설계하고 싶었고, 그 첫걸음으로 정규직 공채 시험 준비를 시작했다. 물론 업무 병행 중이라 공부 시간이 넉넉하지는 않지만, 현장에서 겪은 경험들이 문제를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되고 있다는 점은 긍정적이다. 특히 조림사업, 숲가꾸기, 감리업무 등 실제 문서와 지침을 다루며 얻은 감각이, 법규나 실무형 문제를 푸는 데 강점이 되고 있다. 동시에 이번 도전을 통해 단순한 직장이 아닌, 장기적인 전문성을 쌓을 수 있는 직업으로서의 산림업을 바라보게 된 것도 큰 변화였다. 내 삶의 기반이 될 지역사회 안에서, 보다 안정적으로 숲과 함께 살아가기 위한 고민이 이 선택으로 이어진 것이다.
4. 후배들에게 전하고 싶은 현실 조언
혹시 이 글을 보고 있는 예비 산림인 중 계약직을 고민하는 사람이 있다면, 나는 분명히 말하고 싶다. 계약직은 단기적 실무 경험을 쌓기에 훌륭한 선택지다. 하지만 그것이 끝이라고 생각하면 반드시 한계에 부딪히게 된다. 경험은 분명 값지고, 현장을 통해서만 얻을 수 있는 지식은 존재하지만, 그것만으로 커리어의 안정성까지 보장되지는 않는다. 특히 산림조합처럼 공공성과 조직 특성이 강한 기관에서는, 시험이나 공식 채용 절차를 거치지 않는 한 구조적으로 상위로 올라가기 어려운 경우가 많다. 따라서 실무를 배우는 동시에 장기적인 커리어 플랜을 병행해서 설계해야 한다. 나는 지금도 계약직으로 일하며 하루하루 업무일지를 정리하고, 틈틈이 시험 공부를 하며 다음 단계를 준비하고 있다. 힘들지만 반드시 필요한 과정이며, 나아가 산림업계 안에서 ‘하고 싶은 일’을 넘어서 ‘지속할 수 있는 일’을 찾는 여정이라고 생각한다. 이 글이 누군가에게 그 길의 방향성을 조금이나마 밝혀줄 수 있다면, 나의 시행착오와 고민도 분명 가치 있는 기록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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