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이직’이 아닌 ‘진입’으로서의 정규직 시험
산림조합 정규직 시험은 일반적인 기업의 전환이나 공무원 시험과는 다소 결이 다르다. 보통 공공기관에 들어가려는 이들은 "계약직으로 먼저 들어가서 정규직 전환을 노린다"고 생각하겠지만, 산림조합의 정규직 전환은 거의 불가능에 가깝다. 기존 직원들 사이에서도 정규직 자리는 별도의 채용 공고를 통해서만 선발된다는 공감대가 형성되어 있다. 실제로 내 주변 동료 중 계약직에서 정규직으로 전환된 사례는 거의 본 적이 없다. 그렇기에 정규직을 원한다면 “지금 하는 일을 바탕으로 정식 시험을 준비해서 들어가야 한다”는 전략적 접근이 필요하다. 나 역시 계약직 업무를 수행하면서 느꼈던 구조적 한계를 넘어서기 위해, 단순한 경험이 아닌 하나의 관문으로 정규직 시험을 받아들이게 되었다. 실무자로서 겪었던 다양한 경험들은 시험 준비에 있어 단순한 암기가 아니라 문제의 맥락을 이해하는 데 큰 도움이 되었고, 이는 나만의 강점이 되었다.
2. 시험과목 구성과 전략 수립 – 과목보다 흐름이 중요
산림조합 정규직 시험은 필기시험과 면접으로 나뉘며, 보통 일반상식, 전공(산림학), 한국사, 직무역량 등을 평가하는 구조다. 하지만 지역조합마다 세부 기준이 다르고, 중앙회와는 채용 체계가 또 다르기 때문에 내가 지원하고자 하는 조합의 과거 채용공고와 출제 유형을 철저히 분석하는 것이 핵심이다. 내가 준비했던 조합의 경우에는 필기시험에서 일반상식과 한국사, 그리고 산림학 전공 일부가 혼합되어 출제되었고, NCS보다는 공기업 형 기초지식과 실제 사례 응용문제가 중심이었다. 이처럼 명확한 전략 수립 없이 무턱대고 모든 과목을 다 보려 하면 비효율적이다.
시험공고가 자주 뜨지 않기 때문에 긴 호흡으로 준비해야 하며, 나는 업무 중에도 시간이 나는 대로 기출문제 분석과 법령 정리를 병행했다. 특히 숲 가꾸기 기준, 조림 기술 지침, 재선충 방제 매뉴얼 등 내가 현장에서 보고 쓰던 문서들이 문제로 연결된다는 점에서, 실무 경험이 학습의 연장선이 될 수 있음을 체감했다. 이론은 교과서에서 배우되, 이해는 현장에서 이루어지는 구조가 나처럼 실무 기반 수험생에게는 유리할 수 있다.
3. 실기형 감각과 정리 습관을 병행하라
시험 대비에 있어 내가 가장 중시한 건 문제 해결형 감각과 정리 습관이었다. 산림조합 시험은 단순히 지식을 묻는 게 아니라 상황 판단과 현장 연계성을 묻는 문제들이 종종 출제된다. 예를 들어 조림수종의 선택 기준이나 간벌 시기, 병해충 처리 방법을 서술형 혹은 사례형으로 제시하는 문제가 대표적이다. 나는 이를 대비하기 위해 평소 실무에서 했던 내용을 노선에 항목별로 정리해 두었고, 필요한 경우 간단한 도식이나 흐름도로 시각화했다. 특히 재선충 예찰 방법, 감리일지 작성 요령, 시공명세서의 구성 등은 시험에 그대로 활용될 수 있을 정도로 유용한 자료가 되었다.
또 하나 중요한 건 기본기 강화다. 특히 산림청 기술기준, 산림자원조사 매뉴얼, 사방사업 기준서 등을 읽고 이해하는 능력은 면접에서도 활용되기 때문에 장기적으로 도움이 된다. 내가 정리한 자료들은 대부분 자투리 시간에 틈틈이 만든 것이었는데, 결과적으로 그게 가장 실전적인 나만의 요약집이 되었다. 다른 사람의 강의나 노트를 베끼는 것이 아니라, 내가 직접 경험한 내용을 내 언어로 정리해 보는 것이 가장 강력한 학습이라는 사실을 이번 준비 과정을 통해 절감했다.
4. 스펙보다 '이유 있는 준비'가 중요하다
산림조합의 정규직 시험은 경쟁률이 높지도 낮지도 않다. 문제는 지원자의 진정성과 경험의 깊이다. 단순히 스펙만으로 합격하는 게 아니라, 왜 산림조합인가, 왜 이 지역인가, 실제로 무슨 업무를 해봤는가, 앞으로 어떤 기여를 할 수 있는가에 대한 답변이 면접에서 결정적인 역할을 한다. 정규직이 단지 '더 안정적인 자리'이기 때문이 아니라, 내가 쌓아온 경험과 목표가 산림조합이라는 조직과 맞닿아있음을 설득력 있게 설명할 수 있어야 한다. 나 역시 면접을 앞두고 수차례 자기소개서와 면접 답변을 고쳐 썼고, 현장 실무 중 실제 마주했던 민원 사례나 조림 실패 사례를 활용해 실감 나는 스토리로 풀어냈다. 그 덕분에 면접관에게 강한 인상을 줄 수 있었고, 결국 실무경험을 경쟁력으로 삼을 수 있었다.
예비 수험생에게 꼭 전하고 싶은 말은 이거다. 공부도 중요하지만, 왜 이 길을 가는지를 스스로 명확히 정리해 보는 게 먼저라는 것. 그걸 중심으로 커리어를 계획하고, 공부 방향을 잡고, 면접을 준비한다면 합격 가능성은 분명히 커진다. 정규직 시험은 단순히 시험을 치르는 게 아니라, 자기 인생을 설계하고 입증하는 과정이기 때문이다. 이 글이 누군가에게 그 첫 발걸음을 계획하는 데 도움이 되었으면 한다.
'산림기사' 카테고리의 다른 글
산림병해충 방제는 어떻게 계획하고 실행되는가? (3) | 2025.07.12 |
---|---|
임도설계의 기본 개념과 현장에서 부딪히는 문제들 (0) | 2025.07.12 |
조림사업의 기본부터 실무까지 – 실패하지 않는 조림 관리법 (2) | 2025.07.11 |
숲가꾸기 실무자가 반드시 알아야 할 작업순서와 체크리스트 (1) | 2025.07.11 |
계약직의 애로사항과 정규직 시험을 준비하게 된 배경 (3) | 2025.07.10 |
지역 산림조합 vs 산림조합중앙회 – 조직과 역할 차이 (0) | 2025.07.08 |
산림조합 계약직으로 오게 된 계기와 일의 성격 (1) | 2025.07.08 |
산림 실무자를 위한 필수 프로그램 – 엑셀과 캐드는 기본입니다 (1) | 2025.07.08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