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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림기사

산림병해충 방제는 어떻게 계획하고 실행되는가?

1. 산림병해충 방제의 필요성과 실무자의 역할
산림병해충 방제는 단순한 살충 작업이 아니다. 이는 숲 전체의 건강을 지키고, 산림자원의 지속가능성을 확보하는 핵심 관리 행위이다. 특히 최근 들어 재선충병, 솔잎혹파리, 참나무시들음병, 소나무잎벌레 등 기후변화와 외래 병해충 증가로 인해 방제의 중요성은 더욱 커지고 있다.

실무자로서 처음 병해충 방제를 맡았을 때 나는 단순히 나무에 약을 뿌리는 정도로 여겼다. 그러나 실제로는 병해충의 발생 시기, 피해 양상, 확산 범위, 인근 지역과의 연계 상황, 해당 수종의 내병성 여부 등 정밀한 판단과 계획이 필요하다는 사실을 몸소 깨달았다.

산림청과 지자체는 매년 병해충 사전 조사, 예산 확보, 방제계획 수립, 약제 선정, 시공사 선정, 사후 모니터링까지 단계적으로 사업을 운영한다. 이 가운데 실무자는 현장 확인, 방제 범위 설정, 감리 대응, 시공관리, 실적 정리까지 전반을 담당하게 된다. 단순한 기술직이 아니라 ‘조사-판단-시행-기록’의 흐름을 전부 아우르는 전문가적 사고가 필요하다.

 

산림병해충 방제는 어떻게 계획하고 실행되는가?


2. 병해충 방제사업의 흐름 – 조사에서 방제까지
산림병해충 방제사업은 보통 다음과 같은 흐름으로 진행된다:
① 사전 조사 및 피해 구역 파악 →
② 방제방식 및 약제 결정 →
③ 방제계획서 작성 및 승인 →
④ 방제 작업 시행 →
⑤ 사후 점검 및 실적 보고

우선 가장 중요한 첫 단계는 병해충 예찰조사다. 이때는 전문 조사요원이 임지에 들어가 병해충 발생 여부와 피해 정도를 조사하고, GPS 좌표와 수종, 피해지 면적, 발생 밀도 등을 수치화한다. 예를 들어 재선충병은 감염목 수, 감염 정도, 의심목 구분까지 세밀하게 확인해야 하며, 참나무시들음병은 포자층 여부나 인근 오염도도 함께 기록된다.

다음으로는 방제계획 수립이다. 이 과정에서는 약제 살포, 나무주사, 벌채 방제, 소각 방제 등 다양한 방법 중 적합한 방식을 선택해야 한다. 각 병해충마다 최적 시기가 다르고, 지역 여건에 따라 접근 방식도 달라진다. 예를 들어 재선충병은 가을~겨울 간 감염목 제거와 소각, 봄철 예방 나무주사로 나뉘며, 소나무잎벌레는 보통 드론 살포 방식으로 이뤄진다.

방제 작업은 전문 시공업체가 맡으며, 실무자는 시공 중 현장 감독, 작업일지 확인, 감리 대응을 수행한다. 특히 약제를 사용하는 경우 주민 피해나 인근 농지 오염을 막기 위한 사전 안내 및 방제 계획서 공개도 병행해야 한다. 작업 후에는 사후 점검, 재감염 여부 확인, 정밀실적보고서 작성이 뒤따른다.

3. 방제 실무에서 부딪히는 문제와 해결 경험
실제 방제 사업을 수행하면서 내가 가장 많이 부딪힌 문제는 감염목 판단과 방제구역 설정의 어려움이었다. 재선충병의 경우 겉보기에는 멀쩡하지만 감염된 나무도 많고, 참나무시들음병은 일부 지역은 감염과 비감염이 혼재되어 있어 방제 대상의 정확한 선별이 어려웠다. 이럴 때는 예찰조사팀과 현장에 함께 들어가 의심목은 따로 표시하고, GPS 기반으로 격자 설정해 대상 구역을 보다 세분화하는 방식을 사용했다.

또한 약제 사용에 대한 민원 발생도 실무자가 조심해야 할 부분이다. 드론 약제 살포의 경우 인근 밭이나 과수원과의 거리, 방제 시간, 기상 조건 등에 따라 민원이 쉽게 발생할 수 있다. 나는 실제로 드론 방제 전 현수막 설치, 마을 방문, 방제안내서 배포 등의 사전조치를 철저히 하여 민원을 사전에 차단할 수 있었다. 이런 행정적 세심함도 실무자에게는 중요한 역량이다.

시공사 관리도 방심할 수 없다. 약제 투입량, 작업경로, 드론 비행고도 등 모든 항목이 감리 기준과 다르면 재시공 요청이 들어온다. 나는 현장에서 직접 드론 로그파일을 받아 분석하고, 작업일지와 비교하는 과정을 반복하면서 감리 대응 능력을 키워왔다. 이런 실무 노하우는 경험 없이는 절대 체득하기 어렵다.

4. 예비 실무자에게 전하는 병해충 방제 조언
병해충 방제는 단순한 나무 관리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가 산림보건과 생태계 복원을 다루는 고차원적인 작업이다. 예비 실무자 입장에서 처음엔 약품 이름도 생소하고, 방제방식 구분도 어렵게 느껴질 수 있다. 하지만 한두 번의 현장을 경험하고, 감염양상→방제방식→기록관리의 흐름을 익히면 업무는 눈에 띄게 수월해진다.

나의 조언은 단 하나, '기록을 남기고, 반복해서 확인하라'는 것이다. 병해충 방제는 사후 판단이 많고, 작업 품질을 정량적으로 증명하기 위해 GPS 데이터, 사진, 드론 영상, 약제 사용기록, 주민설명자료 등 다양한 자료가 필요하다. 그래서 사업을 잘 수행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문서와 자료 정리를 잘하는 실무자가 훨씬 높은 평가를 받는다.

또한 감염 시기와 방제 시기가 어긋나지 않도록 매년 일정표를 체크하고, 지역별 발생경향을 스스로 정리해두는 것도 좋다. 병해충은 반복되기 때문에 작년의 대응이 올해의 기준이 되는 경우가 많다. 예비 실무자라면, 한 건의 방제사업을 단순 업무가 아니라 ‘산림 보건 프로젝트’라고 생각해보자. 분명, 그 안에서 배우는 것이 많고, 성취감도 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