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임도의 개념과 산림사업에서의 중요성
임도는 말 그대로 ‘산림을 위한 도로’다. 하지만 단순히 차량이 다닐 수 있게 뚫는 길이 아니라, 조림, 숲 가꾸기, 병해충 방제, 벌채, 산불 대응 등 모든 산림사업의 기초 인프라로 기능한다. 실무자로서 임도의 중요성을 실감한 건, 재선충 방제사업을 맡았을 때였다. 접근로가 없는 임지는 장비 진입도 어렵고 인력 투입도 비효율적이었다. 당시엔 기존 임도망을 따라 사업을 강행할 수밖에 없었는데, 그때 느낀 건 명확했다. “좋은 임도 설계 없이는 산림사업 자체가 제대로 굴러가지 않는다.”
임도는 국가 단위로 ‘임도망 계획’을 기반으로 설치되며, 조성 방식에 따라 기본임도, 작업임도, 간이임도 등으로 나뉜다. 기본 임도는 차량 진입과 장기 운영이 가능한 구조, 작업 임도는 사업 단위별 임시적 활용, 간이임도는 최저 단가로 조성하는 간단한 길이다. 실무자가 임도 설계를 맡게 될 경우, 단순한 설계 도면을 그리는 게 아니라 지형, 기후, 토양, 경사, 산림사업 활용성, 장비 접근성, 환경영향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야 한다. 이는 공학적 이해만 아니라 산림전문가로서의 판단력이 요구되는 고난도 업무다.
2. 임도 설계 실무 흐름 – 조사부터 설계도서 작성까지
실제 임도설계 실무는 다음과 같은 단계로 진행된다:
① 기초조사 – 임지 위치, 임상, 경사도, 법적 제한 여부, 기존 임도와의 연계성 확인
② 노선 설정 – 최소한의 절·성토로 안정적인 경사 확보, 주요 지점 연결
③ 현장측량 – 노선별 중심선 좌표 확보, 종단·횡단면 조사, 주요 절단구간 검토
④ 도면 작성 – 평면도, 종단도, 횡단도, 구조물 위치, 배수시설 반영
⑤ 설계 내역서 및 산정서 작성 – 장비별 단가, 구조물 자재 수량, 총 공사비 계산
이 흐름에서 실무자가 가장 많이 부딪히는 부분은 ‘노선 설정’이다. 지도상으로 그은 선이 현장에서 그대로 반영되지 않기 때문이다. 실제로는 예정 노선에 암반이 있거나, 사유림 통과, 법정 보호구역 접경, 예상보다 급경사인 경우가 많다. 이럴 때는 현장 중심의 유연한 판단이 필요하다. 현장 조사를 반복하고, 측량 팀과 협의하며 ‘현장에 맞는 최적화 노선’을 그려야 한다.
또 하나 중요한 건 도면과 설계서 간의 정합성이다. 실적평가와 보조금 정산 단계에서 이 불일치가 발생하면 보완요청이 들어오고, 행정 지연으로 사업 일정 전체가 꼬이게 된다. 그래서 나는 설계할 때부터 시공 후 실적 보고까지를 염두에 두고 작성한다. 설계가 따로, 시공이 따로 노는 구조는 반드시 문제를 낳는다.
3. 실무자가 자주 마주치는 설계상의 문제들
실무에서 임도 설계를 하며 가장 많이 마주치는 문제는 현장과 도면의 괴리다. 대표적인 예는 다음과 같다.
① 경사도 무시한 노선 설계 – 종단경사가 12%를 넘으면 차량 진입이 어렵고, 우기 시 유실 가능성이 높아진다.
② 암반 또는 습지 구간 미파악 – 설계단계에서 이를 간과하면, 시공 단계에서 예산 초과가 발생하고 설계변경이 불가피하다.
③ 사유림 또는 묘지 통과 문제 – 지적도와 현장 확인을 병행하지 않으면 사후 민원이 발생한다.
④ 배수시설 미흡 – 단순한 배수구 설치만으로는 우기 시 도로 유실이 잦으며, 측구, 암거, 집수정 등 구조물 설계가 중요하다.
⑤ 도면의 정확성 부족 – 평면도, 종단도, 횡단도의 정보가 서로 어긋나면 시공사 입장에서도 혼란을 초래하며, 감리단에 의해 보완요청이 들어온다.
나는 이런 문제를 방지하기 위해 설계 전 드론 촬영과 장사 영상 확인, 국토정보플랫폼 활용, 지적도 중첩, 암반 유무 판단용 지질도 확인 등을 병행한다. 특히 경남지역은 암반 구간이 많고 비탈면이 급한 지형이 많기 때문에 노선 설정 시 안정성과 유지보수 측면에서 보수적 설계가 유리하다.
4. 예비 실무자에게 전하는 실전형 조언
임도설계는 단순히 도면을 잘 그리는 게 아니다. 실무자의 철학이 담긴 ‘길을 만드는 일’이다. 내가 초보 시절 가장 후회했던 건, 너무 지도와 책에만 의존하고 현장을 소홀히 한 것이다. 컴퓨터상에서는 그럴싸했던 노선이 실제 현장에선 수목 피해가 크고, 사면이 너무 급하거나 공사비가 과도하게 발생한 경우가 많았다. 이후 나는 현장에 직접 발로 뛰어다니며 확인한 자료를 바탕으로 설계하는 방식을 고집했고, 그때부터 감리나 시공업체와의 협업도 훨씬 수월해졌다.
임도는 한 번 개설하면 수십 년 이상 사용되는 인프라다. 대충 설계해서는 안 되며, 오히려 "시공이 잘 되도록, 관리가 편하도록, 자연을 해치지 않도록" 설계하는 게 실무자의 책임이다. 예비 실무자라면, 설계기술 외에도 지형 감각, 공사 관리, 보조금 회계, 감리 대응력까지 익혀야 한다. 시간이 걸려도 하나씩 쌓아간다면, 당신은 ‘도면 그리는 사람’이 아니라 ‘길을 설계하는 산림 엔지니어’가 되어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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