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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림기사

산림엔지니어링 법인에서의 첫 실무 – 내가 직접 경험한 현장의 현실

1. 산림기사 취득 후 법인에 입사하게 된 계기

산림기사 자격증을 취득한 뒤, 나는 진짜 실무를 배우기 위해 산림엔지니어링 법인에 입사하게 되었다. 처음부터 조합이나 공공기관으로 가기보다는 민간 법인에서 실전 경험을 쌓는 게 좋다고 판단했다. 당시에는 “산림기사만 있으면 취업은 어렵지 않다”는 말도 있었지만, 실제로 원하는 지역과 근무 조건을 따지면 생각보다 선택지는 좁았다. 나는 지역에 기반을 두고 일하고 싶었고, 현장에서 직접 몸으로 배우고 싶었기 때문에, 비교적 규모가 있는 중소 법인을 선택했다. 물론 초봉이 높지는 않았지만, 나는 **“현장을 알지 못하고는 진짜 산림인이 될 수 없다”**는 생각으로 기꺼이 그 선택을 했다.

입사 초기에는 어리둥절한 일의 연속이었다. 도면 하나도 제대로 읽지 못했고, 용어조차 낯설어 대화에 끼기도 어려웠다. 하지만 내가 일을 배우러 왔다는 자세로 적극적으로 부딪혔고, 선배님들도 그 열정을 좋게 봐주셨다. 그렇게 하나하나 현장을 따라다니며, 도면 보는 법, 면적 계산법, 단가표 보는 법, 설계서와 준공서류 작성 등 기본기를 익혔다. 출근과 동시에 노트북을 켜고 도면 프로그램을 실행하는 게 하루의 시작이었고, 오후엔 현장 조사나 실측, 사진 촬영, 공정 체크 등 외근이 많았다. 대부분이 낯설고 체력적으로도 쉽지 않았지만, 숲 속에서 일한다는 자부심과 배우는 기쁨이 그 모든 걸 상쇄시켜주었다.

2. 현장에서 내가 맡았던 주요 업무들

내가 법인에서 처음 맡았던 일은 조림 및 숲가꾸기 사업의 조사 설계 업무였다. 수종 배치 계획, 조림 가능 면적 산정, 임지의 경사와 토양 상태 확인, GPS 실측 등을 바탕으로 조림지 설계도를 작성하는 게 주요 업무였다. 현장에서는 어떤 나무를 심을 수 있는지, 차량 진입이 가능한지, 기존의 임분은 어떤 상태인지를 꼼꼼히 살펴야 했고, 하나라도 잘못 체크되면 나중에 사업 자체가 변경될 수도 있었다. 특히 경사도 측정이나 표준지 조사를 할 땐 산속을 직접 누비며 실측해야 했고, 여름철의 무더위나 겨울철 강풍 속에서도 하루 종일 산길을 걸어야 했다.

이외에도 재선충병 방제 설계숲길(산림경관조성사업) 설계, 간벌 및 솎아베기 현장 실측 등 다양한 업무에 투입됐다. 재선충병 방제는 병해 발생 구역을 중심으로 감염목, 의심목, 방제계획 등을 수립하는 복잡한 작업이었고, 지자체와의 협의가 매우 중요했다. 숲길 조성은 일반 조림보다 더 세밀한 설계가 요구됐다. 경관, 안전, 이용자의 동선 등까지 고려해야 하므로 단순한 ‘조림’과는 전혀 다른 접근이 필요했다. 처음에는 문서 작성에만 매달렸지만, 점점 어떻게 설계가 실제 시공으로 이어지는지, 그 과정에서 어떤 조정이 필요한지를 이해하게 되면서 산림 엔지니어로서의 사고방식이 생기기 시작했다.

3. 법인 근무의 현실 – 배우는 만큼 체력도 소모된다

산림엔지니어링 법인에서의 일은 많은 걸 배우게 해주었지만, 동시에 쉽지 않은 현실도 분명히 있었다. 가장 먼저 체력적인 소모가 컸다. 하루 종일 산속에서 작업하거나, 장거리 운전을 반복하며 여러 지점을 돌다 보면 체력이 바닥날 때가 많았다. 특히 봄철과 가을철은 사업이 집중되는 시기여서 야근이 잦았고, 갑작스러운 일정 변경도 흔했다. 시공업체와의 협의, 민원 대응, 관할 산림청이나 시·군청과의 커뮤니케이션도 담당자의 몫이었다. 그 과정에서 긴장감도 많았고, 작은 실수가 큰 차이를 만들 수도 있어 항상 신중해야 했다.

또 하나는 문서 작업의 양이다. 설계서 한 부를 만드는 데는 단순히 도면만이 아니라, 위치도, 면적 산정표, 단가표, 표준지 조사서, 경사도 자료, 사업개요서 등 방대한 자료가 요구됐다. 업무 강도는 결코 낮지 않았지만, 그만큼 배운 것도 많았다. 나는 법인에서 일하며 비로소 ‘진짜 산림 업무란 무엇인가’를 깨달았고, 이 경험이 나중에 다른 직장을 선택할 때도 큰 기준이 되어주었다. 단순히 자격증을 땄다고 해서 산림인이 되는 것이 아니라, 이런 현장 경험이 쌓여야 진짜 실력을 갖춘 사람이 된다는 걸 법인 생활을 통해 체감할 수 있었다.

4. 이 경험을 기반으로 다시 커리어를 그리다

법인에서의 경험은 내 커리어의 토대가 되었다. 아무리 체력이 힘들고, 문서작업이 고되어도 현장에서 설계서를 하나하나 완성해가는 과정은 분명 성취감이 있었고, 실무에 대한 자신감도 쌓였다. 이 경험이 있었기에, 나는 이후 산림조합 계약직이라는 또 다른 기회를 잡을 수 있었다. 조합에서는 법인과는 다른 시스템과 역할이 있었지만, 법인에서 다져진 기초 실무 능력이 큰 도움이 되었고, 담당자들과도 원활하게 협업할 수 있었다.

지금 돌이켜보면, 법인 근무는 분명 쉽지 않았지만, 산림 업계에서 살아남기 위한 가장 중요한 기반이 되었다고 확신한다. 산림 분야로 진입을 고민하는 분들이라면, 법인은 분명 값진 훈련장이자 성장의 발판이 될 수 있다. 체력도 필요하고 끈기도 필요하지만, 실무를 통한 진짜 배움은 그 어떤 강의나 자격증보다 값지다. 이 글이 지금 막 자격증을 땄거나, 어디로 가야 할지 막막한 분들에게 작은 길잡이가 되길 바란다. 나 역시 그 길을 걷는 중이지만, 조금 먼저 겪은 경험을 나누는 것으로 다음 사람의 불안을 덜어주고 싶다.

 

설계감리,시공 등 산림업계에서 직접 일을 하며 산림 내 다양한 분야의 업종이 있다는걸 알게 되었다. 참고로 이 글에서는 전체적인 흐름만 다뤘지만, 법인에서 직접 수행했던 업무 내용과 산림업계의 전반적인 시스템에 대해서는 추후 별도 글로 하나씩 자세히 정리해볼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