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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림기사

나는 왜 산림 일을 시작하게 되었을까 – 산림기사 비전공자의 실무 진입기

1. 물류센터에서 산으로, 진로를 바꾸게 된 계기

나는 처음부터 산림 분야를 꿈꿨던 사람은 아니었다. 20대 중반부터 물류센터에서 근무하며 적잖은 시간을 보냈다. 컨베이어 벨트가 멈추지 않는 창고 안, 반복되는 동선, 익숙하지만 나아갈 길이 보이지 않는 하루하루. 그 시간들이 나에게 ‘생계’는 되었을지 몰라도 ‘성장’은 아니었다. 반복되는 업무 속에서 점점 삶의 방향이 흐려지는 느낌이 들었고, 퇴근 후에도 뿌듯함보다는 허무함이 남았다. 어느 날 문득, 내가 지금보다 나은 인생을 살고 싶다면 방향 자체를 바꿔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 무렵부터 나는 자연스레 밖으로 향했다. 마음이 답답할 때면 산을 오르고, 주말이면 혼자 텐트를 들고 캠핑을 떠났다. 그 순간들이 단순한 취미를 넘어서 하나의 ‘치유’가 되기 시작했다. 숲은 나를 혼내지 않았고, 조급하게 몰아붙이지도 않았다. 자연 속에서는 내가 누구든 괜찮았다. 그런 경험이 쌓이면서, 어느 순간부터 ‘이런 일을 직업으로 삼을 수는 없을까?’ 하는 질문이 생겼다. 캠핑장을 나설 때마다, 등산을 마치고 하산할 때마다 그 생각은 점점 선명해졌고, 결국 ‘산림’이라는 키워드에 도달하게 되었다. 그리고 나는, 내가 걸어온 길과는 전혀 다른 새로운 방향으로 첫 발을 디뎠다.

 

나는 왜 산림 일을 시작하게 되었을까 – 산림기사 비전공자의 실무 진입기

2. 낯설지만 강하게 끌렸던 산림이라는 세계

산림 분야를 처음 접했을 때, 나는 말 그대로 ‘무지’했다. 나무 종류도 몰랐고, 조림과 숲가꾸기의 차이도 몰랐다. 하지만 오히려 그 점이 나를 더 깊이 빠지게 했다. 모르는 만큼 새로웠고, 새로우니 흥미로웠다. ‘조림’이라는 단어 하나에도 수많은 기술과 원칙이 숨어 있다는 걸 알게 됐을 때, 나는 처음으로 공부가 재미있다는 느낌을 받았다. 숲은 단순히 나무만 심는 공간이 아니었다. 산림경영, 산림토목, 임도설계, 병해충 관리, 사방사업, 목재생산, 탄소흡수원 등 말 그대로 복합적인 전문 영역이었다.

또 하나 놀라웠던 것은 산림이라는 산업이 ‘단순한 자연 보전’이 아닌 ‘국가 기반 산업’이라는 사실이었다. 나무를 심고 가꾸는 일이 단순한 노동이 아니라, 미래의 기후 대응 전략이자 지역경제와 직결된다는 사실을 알게 된 순간, 이 일의 가치가 다르게 느껴졌다. 나는 단순히 ‘좋아 보이는 자연 속 일’을 찾았던 게 아니라, 정말로 의미 있고 전문적인 분야에 진입하고 있다는 걸 체감했다. 그렇게 나는, 숲과 나무에 대한 흥미를 넘어서 ‘산림을 다루는 실무자’로 성장하고 싶다는 확신을 갖게 되었다.

 

 

3. 산림기사 자격증과 실무 진입을 위한 준비

내가 선택한 첫걸음은 ‘산림기사 자격증’이었다. 이 자격은 단순히 명칭만의 문제가 아니라, 실무에 진입할 수 있는 최소한의 조건이자, 스스로에게 주는 첫 공식 인증이었다. 하지만 비전공자인 내게 그 과정은 쉽지 않았다. 생소한 이론, 기술적인 개념, 외워야 할 식생 분류와 도면 해석. 무엇보다 용어 하나하나가 어렵게 다가왔다. 남들보다 느릴 수밖에 없었고, 시간도 오래 걸렸다. 하지만 나는 포기하지 않았다. 독학이 쉽진 않았지만 요약노트를 만들고, 과년도 기출문제를 분석하며 내 방식대로 접근했다. 인터넷 카페나 유튜브 강의도 적극적으로 활용했고, 수험서 한 권을 최소 세 번은 반복해서 봤다.

다행히도 1년 남짓의 노력 끝에 산림기사 시험에 합격할 수 있었고, 바로 산림엔지니어링 법인에 취업하게 되었다. 자격증은 내게 단순한 ‘증명서’가 아니었다. 그것은 내가 이 업계에 들어올 수 있는 유일한 출입증이었고, 전환의 결과였다. 그리고 바로 그 순간부터 진짜 산림 실무의 세계가 열렸다. 머릿속 지식과 현실의 차이를 느끼면서도, 배운 내용을 현장에서 적용해보는 과정이 흥미로웠고, 내가 점점 ‘산림인’이 되어가고 있다는 실감이 들었다.

 

 

4. 미래 산림인을 위한 진심어린 메시지

나는 산림기사를 준비하면서 수많은 정보를 찾아다녔다. 하지만 현실적인 조언은 찾기 어려웠다. 오히려 ‘산림기사만 따면 평생 노후 걱정 없다’는 식의 학점은행제 광고가 대부분이었다. 실제로 어떤 일을 하게 되는지, 어떤 고민이 따르는지는 어디서도 들을 수 없었다. 그래서 나는 지금부터라도 실무자가 직접 경험하고 느낀 산림업계의 현실을 나누고 싶다.
아직 많이 부족한 사람이지만, 이 분야에 발을 들이기 전의 나처럼 길을 찾는 누군가에게, 적어도 방향 표지판 하나쯤은 되어주고 싶다.

분명 나보다 더 많은 지식과 경험을 가진 사람은 많다. 하지만 열 명 중 세 명의 경험이라도 내가 먼저 겪어봤다면, 아직 1과 2도 모르는 누군가에게는 그것만으로도 큰 도움이 될 수 있다. 이 블로그는 그런 마음에서 시작되었다. 현장에서 땀 흘리며 배우고 있는 사람으로서, 조금 앞서 걷고 있는 ‘현장형 선배’로서 나는 진짜 산림 일을 하고 싶은 사람들에게 도움 되는 이야기들을 꾸준히 써볼 생각이다. 누군가 이 글을 보고 ‘나도 한번 도전해볼까’ 하는 용기를 낸다면, 그것만으로 이 프로젝트는 충분히 가치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