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왜 산림조합 계약직을 선택하게 되었는가
산림엔지니어링 법인에서 약 2년 가까이 실무를 경험한 후, 나는 타지역으로 거처를 옮기게 되었고 그 시점에서 다음 경로를 고민하게 됐다. 법인에서도 좋은 동료들과 일하며 다양한 설계와 감리 업무를 익혔지만, 이직 당시 나의 삶의 우선순위는 ‘지역 정착’과 ‘생활 안정’이었다. 산림조합 계약직 채용 공고를 보게 된 건 그 무렵이었다. 물론 계약직이라는 한계가 있었지만, 내가 거주하고자 했던 지역 안에서 일할 수 있다는 점, 그리고 공공기관 산하 조직이라는 안정성, 무엇보다도 지역 산림 실무에 대한 직접적인 이해를 쌓을 기회라는 점에서 충분히 매력적인 선택지였다. 나는 고민 끝에 조합에 지원했고, 합격 후 지금까지 조림과 숲가꾸기, 재선충, 도시숲, 산림토목 등 다양한 실무를 맡아왔다. 처음에는 법인과 조합의 차이를 잘 몰랐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업무 성격과 조직 구조가 뚜렷이 다르다는 걸 느끼게 되었다.
2. 법인과 다른 산림조합의 업무 흐름과 역할
산림조합 계약직으로 일하면서 가장 먼저 느낀 건 업무의 ‘방향’이 다르다는 점이다. 법인은 설계나 감리처럼 특정 용역을 수행하고 결과물을 제출하는 방식이라면, 조합은 행정기관과 직접 연계된 ‘사업 집행’ 중심의 구조다. 예를 들어 봄 조림사업이 시작되면 산림청 지침에 따라 면적, 수종, 시기 등을 점검하고, 지자체와 협력해 인부를 투입하고 실제로 현장에서 식재가 잘 이뤄지는지 관리·감독까지 맡는다. 단순히 도면이나 서류만 보는 게 아니라, 직접 현장에 나가 땅을 밟고, 민원인과 소통하고, 담당 공무원과 의견을 조율하며 실질적인 실행을 이끄는 역할이 중심이다. 그래서 계약직이라고 해도 단순 보조가 아니라, 특정 사업을 전담하다시피 운영하게 되는 경우도 많다. 행정업무의 양도 적지 않다. 각종 실적보고서, 사업계획서, 정산 자료, 감리일지 등을 작성하는데, 처음엔 다소 낯설고 부담스럽게 느껴졌지만, 법인에서의 문서작성 경험이 도움이 되었다. 이 과정에서 산림청, 지자체, 지역조합 간의 업무 연결 구조를 보다 입체적으로 이해할 수 있었고, 산림 행정의 실체를 직접 체감하게 되었다.
3. 조합 계약직의 장점과 한계, 그리고 현실적인 고민
산림조합 계약직의 장점은 분명히 있다. 우선 업무의 범위가 넓어 실무 감각이 빠르게 향상된다. 법인에서는 주로 설계 도서나 도면 작성에 집중되었다면, 조합에서는 직접 발주, 현장관리, 보고까지 하나의 사이클을 경험할 수 있기 때문에 ‘산림 사업의 전체 흐름’을 익히기에 훨씬 좋은 구조다. 그리고 지역에 근무지를 두고 일할 수 있다는 점도 개인적으로는 큰 메리트였다. 하지만 반대로 말하면, ‘계약직’이라는 한계도 분명 존재한다. 정규직이 아니기 때문에 업무 성과와 관계없이 일정 기간이 지나면 재계약 여부를 걱정해야 하고, 급여 수준이나 복리후생 면에서도 정규직과 차이가 있다. 실제로 많은 계약직 직원들이 업무는 정규직과 유사한 수준으로 수행하면서도, 미래에 대한 불안을 동시에 안고 살아간다. 나 역시도 그런 현실을 체감했고, 그래서 더욱 현장을 소중히 여기고, 작은 일 하나라도 배우고 기록하려고 노력했다. 조합에서의 경험이 내 커리어에 단순히 스펙 한 줄이 아닌, 실질적인 역량으로 남길 바랐기 때문이다.
4. 예비 산림인에게 전하고 싶은 조언
이 글을 보고 있을 누군가가 산림 분야로의 진입을 고민하고 있다면, 그리고 산림조합 계약직을 선택지 중 하나로 보고 있다면, 나는 분명하게 말할 수 있다. 계약직이라고 해도 충분히 배울 수 있고, 단순히 버티기 위한 자리가 아닌, ‘실무의 축적’을 위한 소중한 기회가 될 수 있다는 점이다. 특히 지역에서 커리어를 시작하고 싶은 사람, 산림사업의 흐름을 처음부터 끝까지 직접 겪어보고 싶은 사람이라면 조합만큼 적합한 공간은 많지 않다. 물론 이상만 바라보지 말고 현실도 똑바로 봐야 한다. 반복되는 행정업무, 예산에 따라 달라지는 사업의 불확실성, 정규직 대비 낮은 처우는 분명 고려해야 할 요소다. 하지만 이 모든 조건을 감수하고도 남을 만큼, 조합은 ‘산림이라는 산업의 실체’를 배우기에 좋은 현장이다. 나는 지금도 매일 업무 일지를 정리하고, 느낀 점을 기록하며 앞으로의 방향을 정리하고 있다. 이 기록들이 언젠가 후배나 동료에게 도움이 되길 바라고, 지금 이 글이 누군가의 결정에 조금이나마 힘이 되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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