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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림기사

실무자가 느끼는 산림 관련 법령과 제도의 현실

1. 법령은 현실을 반영하지 못할 때가 많다
산림업에 처음 발을 들이기 전에는 “법과 제도가 잘 갖춰져 있으면 업무도 그에 맞춰 원활하게 돌아가겠지”라는 생각을 했었다. 하지만 실무에 직접 뛰어들고 나서 느낀 점은, 많은 산림 관련 법령이 ‘현장’보다 ‘문서’ 중심이라는 것이다. 산림자원법, 산림보호법, 사방사업법 등 다양한 법률과 시행령, 지침이 존재하지만, 막상 이를 현장에 적용하려고 하면 여러 가지 애로사항이 발생한다. 특히 산림기술용역을 수행하거나 설계·감리 업무를 진행할 때는 단위 면적당 식재 본수, 경사도에 따른 식재 방법, 산지전용 허가 여부 등 세부 사항들이 너무 세밀하게 규정되어 있어 오히려 융통성을 잃고 고착화된 판단을 하게 된다.

게다가 일부 기준은 과거에 제정된 뒤, 현장 기술의 발전이나 지역적 특성 변화가 반영되지 않은 채 그대로 유지되고 있는 경우도 있다. 예를 들어 경남의 건조한 지역에서는 소나무 식재 방식이 달라야 하는데도, 전국 동일한 식재밀도 기준을 적용해야 할 때 현장에서는 ‘효율보다 형식’을 따를 수밖에 없다. 실무자가 현장에서 상황에 맞게 조정하려 해도, 감리 기준이나 법적 책임 문제가 걸려 있어 유연하게 대응하기가 어렵다. 결국 법이 현장을 이끌어주는 게 아니라, 실무자가 법에 발목 잡히는 일도 빈번하다.

 

실무자가 느끼는 산림 관련 법령과 제도의 현실



2. 행정 처리 과정의 비효율성과 한계
산림 관련 행정은 대부분 지자체 산림과나 산림청 산하 기관에서 처리하는데, 이 과정에서도 현장과 행정 사이의 괴리가 크다는 점을 자주 체감하게 된다. 예를 들어 숲가꾸기 공정률 보고나 조림 완료 검수 시, 현장의 수목 생육 상태보다 문서상의 기한과 양식을 더 중시하는 경우가 많다. 조림지에 실제로 나무가 잘 자라고 있는지를 보는 것이 아니라, ‘도면과 계획서대로 진행됐는가?’만 평가의 핵심이 되는 것이다.

이런 식의 평가 방식은 실질적인 산림의 품질 향상보다는 숫자와 형식을 맞추는 데 치중하게 만들고, 결과적으로 질 낮은 사업으로 이어지기도 한다. 특히 산불예방 숲가꾸기나 병해충 방제 사업처럼 긴급성과 현장 판단이 중요한 사업은, 행정 절차를 기다리다가 적기를 놓치는 일도 흔하다. 민간 법인에서는 사업 착수 전에 설계 승인, 도급 승인, 공사 착수 신고, 산림청 시스템 등록 등 복잡한 단계를 거쳐야 하는데, 이 과정이 늦어지면 날씨나 계절의 영향을 크게 받는 산림사업 특성상 엄청난 손해가 발생한다.

3. 실무자 입장에서 개선이 필요한 제도들
실제 실무자 입장에서 ‘개선이 시급하다’고 느끼는 제도는 크게 세 가지로 요약할 수 있다. 첫째는 현장 중심 평가 기준의 도입이다. 지금까지는 종이 위의 계획서와 사진, 위성 지도 기반 검수 방식이 주를 이뤘지만, 앞으로는 실제 생육 상태, 토양 상황, 경사도 등 현장 여건을 종합적으로 판단할 수 있는 실질 평가 체계가 필요하다. 드론이나 위성 데이터, 실시간 모니터링 기술을 활용한다면 행정 효율성도 함께 높아질 수 있다.

둘째는 지나치게 복잡한 서류 행정의 간소화다. 현재 산림 사업 하나를 진행하려면 기본계획, 실시설계, 산림청 시스템 입력, 지방자치단체와의 협의 등 다단계 행정 처리가 필요하다. 그 과정에서 실무자는 도면 작성, 수량 계산서, 준공서류, 사전 설명자료 등 수많은 문서를 반복해서 작성해야 한다. 이 같은 구조는 시간이 많이 소요되고, 오히려 실질적인 현장 관리에는 집중하기 위해 어렵게 만든다.

셋째는 산림관련 법령 해석의 일관성 부족이다. 같은 기준이라도 지역, 담당 공무원, 기관에 따라 해석이 다르게 내려지는 경우가 많다. 예를 들어 산지전용허가나 벌채 가능 여부, 사방사업 설계 기준이 지역별로 다르게 적용되는 현실은 민간업체나 조합 입장에서 큰 혼란과 비용 낭비를 초래한다. 이를 개선하려면 법령 해석을 위한 통합 가이드라인이나 담당자 교육 체계가 필요하다.

4. 제도와 현장이 연결되는 ‘중간다리’가 필요하다
실무자로서 가장 간절하게 바라는 것은 제도와 현장 사이를 연결해 주는 실제 경험 기반의 중간다리 역할이다. 현재 산림청이나 지자체가 제도를 수립할 때 실무자 의견이 제대로 반영되는 구조는 거의 없다. 위에서 만들어진 법과 지침이 아래로 일방적으로 내려오고, 실무자는 그 지침을 어떻게든 맞춰야 하는 입장에 처해 있다. 하지만 현장의 소리는 누구보다 그 안에서 일하는 사람이 가장 잘 알기 때문에, 실무자의 목소리가 제도 개선에 직접 반영될 수 있는 구조가 만들어져야 한다.

나는 이런 현실을 개선하기 위해 블로그라는 플랫폼을 선택했고, 나처럼 산림 현장에서 일하는 사람들이 자기 경험과 의견을 쉽게 공유할 수 있는 생태계를 만들고 싶다. 각종 정책 포럼이나 법 개정 논의에도 실무자 의견이 반영된다면, 더 유연하고 실효성 있는 제도가 만들어질 수 있다고 믿는다. 제도는 결국 사람을 위한 것이며, 자연과 인간이 공존하기 위한 기반이 되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