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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림기사

산림조합 감리 업무의 실체와 실무자의 역할

1. 감리 업무란 무엇인가 – 단순한 관리가 아니다
산림조합에서 수행하는 감리 업무는 단순한 감독이 아니다. 발주기관(산림청, 지자체 등)이 발주한 산림사업이 설계도서, 시방서, 법령에 따라 제대로 시공되는지를 점검하고, 공정별로 공정률을 확인하며 품질과 안전까지 관리하는 종합적인 행정·기술 감리 역할이다. 현장에서 진행되는 모든 시공 과정에서 감리자는 기술 책임자로 참여하며, 때로는 시공사의 실수를 지적하고, 때로는 예산에 맞는 적절한 시공 방법을 제시하며 사업의 품질을 최종적으로 책임지는 입장에 놓이게 된다.

내가 산림조합 본부에서 계약직으로 감리 업무를 수행하면서 처음 놀란 건, 감리란 단순히 “현장에 나가서 사진 찍는 일”이 아니었다는 점이다. 사전 설계도서 검토, 착공 전 회의, 공정 단계별 점검, 시공확인서 확인, 준공검사, 감리일지 작성, 민원 대응까지 모든 과정을 빠짐없이 챙겨야 하며, 종종 한 사람이 여러 현장을 동시에 관리해야 하므로 꼼꼼함과 체력, 판단력까지 고루 요구되는 직무라는 걸 절감했다.

 

산림조합 감리 업무의 실체와 실무자의 역할


2. 감리 실무의 실제 흐름 – 이론과 현장은 다르다
감리 업무의 실제 흐름은 다음과 같다.
① 설계도서 및 현장 사전 조사 → ② 착공계 확인 및 감리계획 수립 →
③ 공정별 점검 및 시공 확인 → ④ 문서 관리 및 사진 촬영 →
⑤ 준공검사 참여 및 보고서 제출

이 과정에서 실무자 입장에서 가장 중요한 건 **‘기준’과 ‘증빙’**이다. 기준이란 해당 사업이 따르는 시방서나 표준도서이며, 증빙은 현장에서 실제로 시공이 기준에 맞게 이뤄졌음을 입증할 수 있는 사진, 수량계산, 위치기록, 공정표 등을 말한다. 감리자가 이걸 명확히 남겨놓지 않으면, 나중에 준공 시 시공사와 다툼이 생기거나, 감사 대응에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

예를 들어 사방댐 시공에서 댐체 블록 간 간격이 2cm를 초과했다면 이는 명백한 기준 위반이고, 감리자가 이를 시정하지 않은 경우 감리 책임이 발생할 수 있다. 또 숲 가꾸기 사업에서 간벌 후 방치된 잔가지가 민원을 유발했을 때, 감리 일지나 사진 자료가 부실하면 “감리가 현장을 방치했다”는 오해를 받기도 쉽다.

그래서 나는 현장에서 항상 시공 전·중·후 3단계로 촬영하고, 위치좌표와 방향을 포함한 사진을 정리하며, 감리 일지를 매일 작성하는 습관을 들였다. 특히 GPS를 활용한 좌표 기록은 감리 업무에서 매우 유용한 도구였다. 이처럼 이론적인 지식보다 현장에서의 기록과 관리 능력이 진짜 감리 실력으로 이어진다.

3. 감리 실무자가 꼭 챙겨야 할 핵심 포인트
감리 업무를 하다 보면 단순한 기술력만으로는 부족하다는 걸 알게 된다. 내가 실무자로 일하면서 체감한 감리의 핵심 포인트는 다음과 같다.
① 현장과 설계의 괴리를 실시간 조정할 수 있는 판단력
→ 예를 들어, 설계상 배수로 위치가 현장 경사와 맞지 않을 때 이를 시공사와 조율해 적정 대안을 제시해야 한다.

② 문서 정리력과 자료화 능력
→ 감리일지, 점검표, 공사감독일지, 사진관리대장 등은 모든 감리에서 기본이자 ‘방패’다. 꼼꼼하게 정리된 문서는 당신을 보호한다.

③ 시공사와의 소통과 협상력
→ 감리자가 단순히 “이거 잘못됐어요”만 반복하면 갈등이 생긴다. 때로는 방법을 제시하고, 대안을 함께 고민해야 신뢰받는 감리자가 된다.

④ 감리의 선 긋기
→ 감리는 시공을 대신해주는 사람이 아니다. 내가 시공사를 도와 공사하는 게 아니라, 감독하는 역할이라는 경계선을 명확히 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책임도 모호해지고 감리 품위도 무너진다.

⑤ 예방 중심의 관리 철학
→ 문제가 생기기 전에 미리 체크하고, 기록을 남겨야 한다. 나는 항상 **‘의심 구간은 촬영, 애매한 구조는 검토’**라는 원칙을 지키며 일했다.

4. 예비 감리 실무자에게 전하는 조언
감리라는 직무는 ‘감시자’가 아니라 기술 책임자다. 시공사가 도면대로만 일한다고 믿기 어렵고, 때로는 일정에 쫓겨 무리한 시공을 하기도 한다. 이때 감리자는 단호하고도 논리적으로 대응해야 한다. 나도 처음에는 “불편한 사람 되기 싫다”는 생각에 적당히 넘어갔지만, 그게 오히려 내 책임이 되기도 했다. 그 후 나는 감리 업무를 단순히 ‘참석하는 일’이 아닌, ‘방패와 칼’을 동시에 쥔 직무라고 생각하게 되었다.

감리 업무를 준비하는 실무자라면, 최소한 다음의 역량은 갖추는 것을 추천한다.

시방서와 표준도서 해석 능력

현장 사진과 공정자료 정리 방법

CAD·엑셀 문서 편집 능력

기본적인 측량·좌표 확인 방법(GPS 앱 활용 포함)

또한 감리는 고립된 역할이 아니라, 시공사·발주처·지자체·주민 간의 중간 연결자 역할도 한다. 감리단이 일관되고 논리적으로 대응하면 모든 관계가 원활해진다.

당신이 감리를 맡게 된다면, 매 현장이 당신의 이름을 걸고 기록되는 공간이 된다. 적당히 넘어가지 말고, 너무 융통성 없이 굳어지지도 말고, 현장성과 행정력 사이에서 중심을 잡는 감리자가 되길 바란다. 그게 바로 신뢰받는 감리의 출발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