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벌채사업이란 무엇인가 – 오해받기 쉬운 산림사업
산림사업 중에서도 벌채사업은 일반인에게 가장 부정적으로 인식되는 분야다. "나무를 베는 건 환경 파괴 아닌가?" "왜 멀쩡한 숲을 없애지?"라는 시선을 쉽게 마주하게 된다. 하지만 실무자로서 경험한 벌채는 단순한 나무 베기 작업이 아니라, 지속 가능한 산림 순환을 위한 중요한 일이다. 특히 조림 후 30년 이상 경과한 인공림의 경우, 간벌만으로는 생장이 멈추거나 활력이 급감하는 시점이 오는데, 이때는 수확벌채를 통해 숲의 세대교체가 필요하다.
실제로 내가 맡았던 한 벌채사업 대상지는 1970년대 초반 조림지로, 소나무와 삼나무가 혼효되어 있었으나 생장이 정체되고, 내부 밀식으로 고사목이 다수 발생하고 있었다. 이런 상태를 방치하면 오히려 병해충 피해가 확산되며 전체 임분이 황폐해질 가능성이 높았고, 벌채 후 새로운 수종으로 갱신하는 것이 장기적 관점에서 더 건강한 숲을 만들 수 있는 해법이었다. 따라서 벌채는 파괴가 아니라 재창조이며, 지속 가능한 산림경영의 핵심 과정 중 하나다.
2. 벌채사업의 실제 흐름과 핵심 절차
벌채사업은 생각보다 많은 과정을 거친다.
① 사전 조사 및 대상지 선정
② 수확벌채 계획서 작성 및 산림청 승인
③ 경계측량, 시공설계 및 시방서 작성
④ 주민설명회 및 고지
⑤ 시공사 선정 및 착공계 제출
⑥ 현장 시공 및 집재, 운재
⑦ 잔가지 처리 및 정리
⑧ 준공검사 및 실적 보고
초기에는 경계측량이 특히 중요하다. 사유지와 국유지, 임도 경계 등이 명확하지 않으면 민원이 발생하거나 불법 벌채 논란이 생길 수 있다. 나는 이 단계를 놓치지 않기 위해 반드시 드론 항공사진과 토지대장 대조를 통해 확정하고, 인접 마을 주민들에게도 작업 범위를 설명하는 안내문을 배포했다.
벌채 시공 시에는 집재로(나무를 끌어내는 길) 확보와 중간 수집장 위치가 핵심이다. 기계가 들어갈 수 있는 경사도, 토양 상태, 접근성 등을 감안하여 작업선을 짜야 하며, 이 과정에서 굴착기, 와이어 집재기, 트랙터, 운재 차량이 적절히 배치된다. 현장에서 가장 힘든 일 중 하나가 작업선 붕괴 방지와 산사태 예방인데, 내가 맡은 현장에서는 절개면을 최소화하고, 잔가지 복토, 배수로 정비를 통해 이를 해결한 바 있다.
3. 주민 민원 대응 – 가장 어려우면서도 중요한 일
벌채사업에서 민원이 없었던 현장은 거의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특히 주민 입장에서 보면, “아침마다 들려오는 기계 소음”, “먼지 날림”, “산사태 우려”, “동물 서식지 파괴” 등 불만이 다양하다. 이 중에는 오해에서 비롯된 것도 많지만, 실제로 개선이 필요한 부분도 존재한다. 따라서 민원은 무조건 막는 것이 아니라, 사전 소통과 현장 대응을 통해 줄이는 게 핵심이다.
내가 효과적으로 활용한 방식은 다음과 같다.
① 작업 전 마을회관 방문 및 설명회 개최
→ 설계 목적, 벌채 사유, 기간, 복구 계획 등을 설명하며 신뢰 형성
② 현수막 설치 및 공문 안내
→ “○○벌채사업 안내문”, “작업 기간 및 책임자 연락처 포함”
③ 주요 민원 포인트 사전 파악 및 대응 준비
→ 예: 수집장 주변 먼지망 설치, 운재시간 제한, 진입도로 정비
한 번은 한 마을 주민이 “여기 고라니 많이 다니는데 왜 다 없애냐”며 강하게 항의했는데, 나는 **조림 계획을 설명하며 ‘수종 교체 후 더 많은 동물이 돌아온 사례’**를 보여주고, 해당 구간을 일부 보전구역으로 지정해 공존 방안을 제시한 적도 있다. 이런 경험을 통해 민원은 ‘막는 게 아니라 다루는 것’이라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4. 예비 실무자에게 전하는 벌채 실무 조언
벌채는 단순히 나무를 베는 작업이 아니다. 숲의 생애주기를 관리하고, 다음 세대 숲을 준비하는 작업이다. 그래서 계획 수립부터 시공, 복구까지 모든 단계에서 **“책임감과 명확한 기준”**이 필요하다. 예비 실무자에게 몇 가지 조언을 전하고 싶다.
벌채사업의 법적 기준을 명확히 숙지하라
→ 수확벌채 가능 연령, 임도 접근 기준, 집재 방식 등은 법적 제약이 많다.
도면과 현장 사이의 오차를 줄여라
→ 드론 영상, GPS, 실측으로 사전 계획을 면밀히 검토하는 습관 필요
사진 기록과 작업일지 작성은 필수다
→ 시공 전, 중, 후 사진은 감리 대응, 주민 소명, 정산에 결정적인 자료
벌채 후 사후조림 계획까지 고려해야 한다
→ 단순 수확이 아닌 ‘산림 순환’으로서의 시야가 필요하다
언제나 주민의 눈높이에서 설명하라
→ 기술적 설명보다 ‘이 숲이 더 건강해지는 과정’임을 쉽게 전달하자
벌채사업은 당신의 판단 하나로 산림의 미래가 달라질 수 있는 중요한 업무다. 나무는 잘못 베면 다시 자라지 않는다. 그래서 실무자는 언제나 “이 숲을 내가 책임진다”는 마음으로 임해야 한다. 오늘 당신이 베어낸 나무 자리에, 30년 후 더 단단한 숲이 자라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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