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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림기사

기후변화 시대, 숲의 역할은 어디까지 가능한가?

탄소흡수원 그 이상을 넘어서, 숲은 우리 생존의 마지막 보루다

기후변화는 더 이상 먼 미래의 이야기가 아니다.
매년 최고기온이 갱신되고, 예측 불가능한 폭우와 가뭄, 이상 기온이 일상화되고 있다. 이러한 현실 속에서 많은 이들이 묻는다.
"우리가 이대로 살아도 되는 걸까?"
그리고 또 하나, "자연은 우리를 계속 지켜줄 수 있을까?"

그 중심에 서 있는 것이 바로 **‘숲’**이다. 숲은 오랜 세월 동안 인간에게 그늘을 내어주고, 공기를 정화하고, 생명을 품어왔다.
하지만 지금 숲이 감당해야 할 무게는 과거와는 비교도 되지 않을 만큼 커졌다.
숲은 단순한 탄소흡수원이 아니다. 이제 숲은 **기후 위기에 맞서는 ‘최전선의 방어막’**이자,
인간 생존을 위한 유일한 생태 시스템으로 평가되고 있다.

이번 글에서는 숲이 기후변화 시대에 맡고 있는 역할이 무엇인지,
그리고 그 역할이 어디까지 확장 가능한지에 대해 심층적으로 살펴본다.
숲을 단순한 ‘녹지’가 아니라 기후 위기 대응의 핵심 플레이어로 인식해야 할 이유가 여기에 있다.

1. 탄소흡수원으로서의 숲 – 가장 기본적이면서도 강력한 기능
숲이 기후변화 대응에서 가장 먼저 언급되는 이유는 명확하다.
숲은 이산화탄소(CO₂)를 흡수하고 산소를 방출하는 대표적인 탄소흡수원이기 때문이다.

📌 한국의 산림 탄소흡수량 (2023년 기준)
연간 약 4,600만 톤의 CO₂ 흡수

국가 전체 온실가스 배출량의 약 7~9% 상쇄

특히, 젊은 숲일수록 흡수 능력이 높고, 활발히 숲 가꾸기가 이루어진 곳일수록 탄소흡수 효과가 더 크다.

하지만 단순한 흡수만으로는 부족하다. 탄소중립을 위해서는 숲이 ‘저장’뿐 아니라
탄소 순환의 균형자 역할도 동시에 수행해야 한다.
즉, 잘 가꾸고, 오래 보존하며, 적절히 활용하는 숲이어야만 진짜 의미가 있다.

 

기후변화 시대, 숲의 역할은 어디까지 가능한가?


2. 기후 조절 시스템으로서의 숲 – 지역의 온도를 낮추다
숲은 자연적인 에어컨 역할을 한다.
수증기 증발, 음지 형성, 바람 차단 등의 효과로 인해 도시보다 평균 기온을 2~3도 낮춘다.

🌡 실제 사례 – 서울숲 인근 지역 온도 변화
도심 평균기온 34.1℃ → 숲 주변 지역 31.5℃

여름철 폭염 경감 효과 뚜렷

이러한 미기후 조절 효과는 도시의 열섬현상을 완화하고,
극단적인 날씨 변화에 대비할 수 있는 지역 기후 안전망 역할을 한다.

3. 물순환과 재해 완화 – 기후위기 시대의 필수 인프라
기후변화의 대표적인 영향 중 하나가 국지성 폭우와 가뭄의 반복이다.
이때 숲은 빗물을 저장하고 천천히 흘려보내는 역할을 하며,
산사태, 홍수, 토양유실 등의 재해를 줄여주는 **자연 기반 인프라(NbS: Nature-based Solutions)**로 주목받고 있다.

💧 숲이 물을 저장하는 구조
낙엽층 → 투수성 향상

뿌리층 → 물 흡수 및 저장

토양층 → 침투수 분산

따라서 숲이 잘 보존된 지역은 홍수 피해가 덜하고, 가뭄에도 지하수 고갈이 적다.
숲은 단지 예쁜 풍경이 아니라, 재해를 막아주는 천연의 댐이다.

4. 생물다양성 보전 – 생태계의 회복력은 숲에서 시작된다
기후 위기는 곧 생태 위기다.
기온이 1.5도 상승할 때마다 지구상 생물종의 10~15%가 멸종 위기에 처한다는 연구 결과가 있다.

이때 숲은 수많은 생물종의 서식지이자, 생존 터전이 된다.
특히, 산림은 육상 생물의 80% 이상을 품고 있는 주요 생태계다.

🐦 예시: 멸종위기 야생생물 I급 ‘산양’
숲의 단절 → 서식지 파괴 → 먹이부족 및 개체수 감소

숲 연결성 확보 시 개체수 안정화

숲을 지키는 일은 단순한 환경보호를 넘어서,
지구 생명체 전체의 생존권을 보장하는 일이다.

5. 지역사회와 숲의 상호작용 – 기후 대응의 사회적 토대
숲은 단지 환경의 문제만이 아니다.
**기후위기에 대응하는 ‘사회적 해법’**으로서의 역할도 커지고 있다.

숲가꾸기 일자리 창출 (예: 산림청 숲관리단, 산불감시원 등)

탄소흡수량을 통한 탄소배출권 거래 참여

지역 커뮤니티 숲 조성 → 교육·휴식 공간화

산림복지 서비스 확대 (숲치유센터, 산림치료사 제도 등)

숲이 지역에 있음으로써, 주민은 일자리를 얻고,
도시는 건강한 공기를 얻으며, 아동은 숲에서 생태 감수성을 기를 수 있다.

기후 위기에 ‘같이’ 대응하는 사회는 숲을 중심으로 뭉친 사회에서 가능하다.

6. 숲의 한계 – 역할의 확대가 곧 위협이 될 수도 있다
숲은 만능 해결사가 아니다. 숲에게 너무 많은 것을 요구하면
오히려 숲이 먼저 무너진다.

🚫 주요 위협 요인
무분별한 탄소 조림 → 단일 수종 식재로 생물다양성 훼손

산불·병해충 증가 → 기후변화로 숲 자체의 회복력 약화

숲을 개발용 탄소 상쇄 수단으로만 인식하는 정책의 한계

진짜 기후 위기 대응은 숲을 ‘도구’로 소비하는 것이 아니라,
숲을 하나의 살아있는 생태 시스템으로 존중하는 것에서 시작되어야 한다.

7. 미래를 위한 숲의 역할 – 지금부터가 진짜 시작이다
기후변화는 향후 수십 년간 지속될 것이며, 그 강도는 더 심해질 것이다.
이제 숲은 단순한 휴식처, 관광지, 경제 자원이 아닌
국가 생존 전략의 핵심 축으로 자리 잡아야 한다.

🌍 숲을 중심으로 한 미래 전략 방향
도시 내 탄소흡수형 도시숲 시스템 확대

국가 차원의 생태 네트워크 연결 정책

탄소조림보다 복합생태숲 중심 조성

숲을 활용한 국민 건강 증진 정책 확대

결국 숲은 기후위기에 대응하는 ‘녹색 방패’이자
인간과 지구가 공존하기 위한 유일한 해법 중 하나다.

결론 – 숲은 마지막이 아니라, 유일한 선택이다
지금 우리는 어느 때보다 자연에 의지해야 하는 시대를 살고 있다.
기후위기 앞에서 인간의 기술만으로는 한계가 분명하다.
하지만 숲은 여전히 스스로 공기를 정화하고, 생명을 보호하며, 지역을 치유하는 능력을 지니고 있다.

숲의 역할은 ‘가능한가?’가 아니라,
**‘우리가 그 역할을 가능하게 할 준비가 되어 있는가’**의 문제다.

지금부터라도 숲을 단순한 풍경이 아니라,
기후위기를 극복하기 위한 생명 인프라로 바라본다면,
숲은 우리를 포기하지 않을 것이다.